[심상희 칼럼] 제 2화, 머리카락과 속담
[심상희 칼럼] 제 2화, 머리카락과 속담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2.06.15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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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은 예로부터 민간에 전하여 오는 쉬운 격언이나 잠언으로(표준국어대사전) 교훈이나 풍자를 하기 위하여 어떤 사실을 비유의 방법으로 서술하는 간결한 관용어구를 말합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속담이란 같은 생각과 마음으로 사는 공동체 사이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격언이나 명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속담 안에는 일상생활의 향기가 묻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인 거죠. 속담이 통용되는 한 공간에 사는 이들은 운명 공동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머리카락과 관련된 속담을 살펴보면 우리 민족이 생각하는 머리카락의 의미를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염병 치른 놈의 대가리 같다’ 는 속담이 있습니다. 염병을 앓고 난 뒤에 머리카락이 없어지는 것처럼 아무것도 없게 되었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여기서 염병이란 코로나19처럼 전염병을 말합니다.

롱코비드처럼 병을 앓고 난 뒤 후유증으로 머리카락이 빠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전염병을 앓게 되면 머리가 많이 빠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거죠.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처럼 기력이 쇠하거나 생활이나 재산 등이 몰락한 것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머리카락 뒤에서 숨바꼭질한다’라는 말이 있다. 얇은 머리카락에 몸을 숨긴다는 말이죠. 어떻게 머리카락 뒤에 몸을 숨길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어요. 반어적으로 얄팍한 수로 남을 속이려 한다는 의미입니다. 땅속에 머리를 파묻고 숨었다고 생각하는 타조 같은 사람인 거죠.

‘늙은이 상투’라는 속담도 있는데요. 나이가 들어서 머리카락이 빠지고 얼마 남지 않은 머리로 묶은 상투를 의미합니다. 그만큼 어떤 물건이나 상황들이 쇠락하여 작거나 아주 보잘것없을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머리카락에 홈 판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다른 속담과 달리 긍정적인 의미도 부정적인 의미로도 사용되는 특이한 속담입니다.

얇은 머리카락에 홈을 파야 얼마나 되겠어요. 부정적인 의미로 가느다란 머리카락에 파 놓은 홈처럼 성격이 아주 옹졸하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될 때는 솜씨가 매우 출중할 때 사용합니다. 얇은 머리카락에 홈을 팔 수 있을 만큼 솜씨가 뛰어난 것을 이르는 말인 거죠. 똑같은 말이라도 문맥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독특한 속담입니다.

이렇게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는 영어 속담도 있습니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속담인데요(A rolling stone gathers no moss)’.

긍정적인 의미로는 계속 움직여서 녹이 슬지 않는 것처럼 나날이 성장하는 것을 비유할 때 사용됩니다. 반대로 이끼가 돈을 의미하는 경우인데요. 직업을 자주 바꾸면 돈을 모을 수 없다는 뜻도 있습니다. 무언가를 할 때 쉽게 포기하지 말고 한 우물을 파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거죠.

속담은 아니지만 일상 대화에서 관용적으로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데 아니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의리와 신의를 배신하는 인간의 나약한 모습을 빗대어 이야기하는 말입니다. 그만큼 짐승과 다르게 인간이라면 갖추어야 미덕이 신의와 믿음을 지키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입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이 아니라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 하는 진정한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라는 말입니다.

단순한 멋으로 생각한 머리카락은 건강, 재산, 재능, 사람의 인격 등 사람의 특징을 대변하는 의미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매일 머리카락을 가꾸는 것처럼 우리의 몸과 마음이 가꾸어지기를 소망해 봅니다.

헤어 칼럼니스트

심상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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