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희 칼럼] 제 4화, 수모(受侮)를 당하다 vs 수모(首母)를 만나다.
[심상희 칼럼] 제 4화, 수모(受侮)를 당하다 vs 수모(首母)를 만나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2.07.11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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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모란 단어를 들으시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아마 '수모를 당했다'라는 말이 떠오를 거예요

이때 수모(受侮)는 ‘받을 수(受)’에 ‘업신여길 모(侮)’로 타인으로부터 멸시와 업신여김을 받았다는 의미입니다. 영화 ‘달콤한 인생’ 중에 ‘너는 나에게 모멸감을 줬어’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말입니다. 

그런데 발음은 똑같이 수모인데 ‘머리 수(首)’와 ‘어미 모(母)’를 쓰는 수모(首母)도 있어요.

무엇을 말하는지 잘 연상이 안 되는 말인데요. 

유모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젖 유(乳)’에 ‘어미 모(母)’를 쓰는 유모는 어머니 대신 갓난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길러주는 이를 뜻하잖아요. 

그래서 수모(首母)는 ‘머리 엄마’, ‘머리 어미’라는 말로 젖을 먹여 길러주듯이 머리를 길러주는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 되는 거죠. 그리고 수모(首母) 조선왕조실록에도 등장하는 직업의 명칭입니다.

‘머리를 길러준다니’ 잘 이해가 안되는 말입니다. 몸을 길러준다면 납득이 가지만요. 느낌이 오시나요? 

네! 맞아요. 1화 칼럼을 보셨다면 머리가 머리카락을 의미한다는 걸 눈치채실 수 있을 거예요. 머리카락을 길러주는 어미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기게 됩니다. 

머리카락을 나타내는 단어로는 ‘터럭 발(髮)’, ‘터럭 모(毛)’, ‘머리털 섬(䯹)’이란 글자가 있어서, 단순히 머리카락을 길러주는데 도움을 준다면, 발모(髮母)’, ‘모모(毛母)’, ‘섬모(䯹母)’라고 하면 되는데, 굳이 ‘수모(首母)’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수모(首母)인 이유는 수모가 담당했던 일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수모의 역할이 단순히 머리카락에만 한정되지 않아서입니다. 

머리를 손질하는 땋고 잘라주는 일은 당연하고요. 얼굴과 관련된 세수, 청소년기는 얼굴에 나는 뾰루지, 성인이 되어서는 화장하는 법, 결혼할 때는 신부 화장과 예복 예식까지 담당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래서 ‘수모(首母)’는 ‘수식모(首飾母)’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때 ‘식(飾)’은 ‘장식하다’, ‘꾸미다’는 의미로, 수모는 얼굴과 관련해서 아름답게 꾸며주는 모든 일을 담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극에 보면 양반집 규수가 시집을 갈 때 유모를 데리고 가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수모(首母)의 역할을 생각해보면, 유모가 아니라 수모를 데리고 가지 않았을까 생각이 됩니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는 중국으로 시집을 가는 의순공주(義順公主, 1635년-1662년)의 예식을 준비하는데 수모 3명을 데리고 갔다는 기사가 나옵니다. 현대의 예식을 생각을 보면, 3명의 수모가 필요했던 이유는 신부 머리 담당. 화장 담당, 예복 담당하는 사람으로 필요했을 거라는 합리적인 추측을 해 볼 수 있습니다.

혹자는 수모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문 미용인으로 살아가는 입장에서는 수모라는 직업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오늘날 미용사, 이용사, 메이크업, 의상디자이너로 세분화되어서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수모는 오늘날 공무원처럼 조정에서 직접 고용에 관여했으며, 지방으로 출장을 다닐 만큼 귀한 직종이었습니다. 오늘날의 미용인의 위상을 그때와 비교해 보면 오히려 낮아진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직업에 대한 인식과 선호도는 변화합니다. 미용인으로서 수모(受侮)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전문 숙련 미용인에게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갈고닦아서 ‘수모(首母)’의 위상과 그에 걸맞은 사회적 대접을 받기를 소망해 봅니다.

 

헤어 칼럼니스트 

심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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