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희 칼럼] 제 8화 백모, 흰머리의 반전 매력
[심상희 칼럼] 제 8화 백모, 흰머리의 반전 매력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2.11.01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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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아침이 있으면 밤이 있고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새옹지마(塞翁之馬)란 말도 있고 호사다마(好事多魔)란 말도 있습니다. 동전의 양면처럼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이 있고,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는 것이 우리의 삶인 것 같아요. 

보통 흰머리는 노화와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것으로 인식이 됩니다. 

그런데 이 백모 흰머리의 순기능이 있는 것을 아시나요? 단점만 있고 장점이 없는 줄 알았던 흰머리가 사실은 탈모로 인한 머리의 휑한 모습을 감춰주고 머리가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발색을 희생했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흰머리가 생기는 이유를 털망울(hair bulb) 부분에서 산화에 따른 스트레스로 멜라닌 세포가 정상적으로 작용을 못 하거나, 모발 팽대부(hair bulge) 부분에서 털망울로 갈 멜라닌 세포가 고갈되어서 흰머리가 된다고 생각했는데요.

3년에 간에 걸친 C 대학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흰 머리카락은 검은 머리카락에 비해 머리카락과 성장과 관련된 케라틴(keratin)과 케라틴과 관련된 단백질(keratin-associated protein) 유전자 발현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충남대학교. 2012). 

다시 말하자면, 흰머리는 검은 머리카락에 비해 성장 속도가 빠르고 잘 자라게 되는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탈모로 인해 모발의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몸의 세포들이 자발적으로 색깔은 나중에 생각하고 먼저 비어있는 머리카락을 채우기 위해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모발의 수가 부족할수록 탈모 진행이 빠르게 됩니다. 빠지는 머리카락보다 새로 만들어지는 모발이 많아지면 탈모가 아니게 되는 거죠. ‘양손에 떡을 잡기’보다는 실리에 맞게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리는 선택을 한 것이죠.

흰 머리카락과 검은 머리카락, 백모(白毛)와 흑모(黑毛)는 색깔 차이가 있으니까요. 단지 멜라민 성분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또 다른 반전이 있습니다. 

백모와 흑모는 모발의 구성성분에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백모는 흑모보다 외형적으로 치밀한 구조를 가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모발의 성분에서는 탄소(C)와 황(S) 성분이 흑모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또한 친수성이 적어서 백모는 팽윤 현상이 흑모에 비해 낮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하병조. 2018).

탄소 성분이 높다는 것은 머리카락을 구성하는 기본 성분인 단백질이 풍부하다는 의미가 됩니다. 황(S) 성분이 높다는 것은 모발이 단단하게 결합할 수 있도록 접착제 역할을 한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백모는 철사로 된 막대, 흑모는 고무로 된 막대로 생각해 보면, 이 말이 쉽게 이해될 수 있습니다. 고무로 된 막대는 철사 막대에 비해 부드럽고 잘 휘어지지만 부러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철사로 만들어진 막대는 딱딱하고 구부리기 어렵기만 쉽게 끊어지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백모는 흑모에 비해서 부드럽고 윤기가 부족하지만, 단단하고 결합이 강해서 탈모에 강하다는 이점을 가진다는 의미입니다. 

관점을 달리해서 읽어보면, 흰머리는 탈모로 빠진 모공에서 빠르게 새로운 머리카락을 만들어 내기 위한 신체의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탈모로 머리가 휑하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다 더 빠르고 왕성하게 성장을 촉진시키는 거죠. 그리고 쉽게 머리카락이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부드러움을 포기하는 대신 굵고 튼실하게 자라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노화로 인해 흰머리가 생기는 이유에 대해서, 흰머리는 탈모가 먼저 발생한 후에 흑모에서 백모가 변화된다고 지난번에 말씀드렸는데요.

이처럼 인체는 우리가 알지 못하지만 신비롭게도 최선을 향해서 움직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신기하지 않으세요? 머리카락은 신체 상태에 맞게 반응해서 아름다움과 건강을 유지하는 최고의 방법을 찾아 진화하고 있었던 거죠. 미용인으로서 머리카락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점점 더 궁금한 것들이 늘어만 갑니다.

배움의 끝이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고, 이런 이유로 미용과 관련된 숙련 기술을 갈고 닦을 수밖에 없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부터는 흰머리를 타박하는 것이 아니라 고마워하고, 감사의 뜻으로 개인의 취향에 따라 염색을 해보면 어떨까요? 물론, 염색으로 인한 부작용이 적은 염색 방법과 제품을 사용해서 모발과 두피의 건강까지 고려하는 것 잊지 말아야겠죠.

 

헤어 칼럼니스트

심상희 

 

<참고 자료>

충남대학교. 남성형 탈모의 원인 규명. 교육과학기술부. 2015.

충남대학교. 흰 머리카락이 나는 기전에 관한 연구. 교육과학기술부. 2012. 

하윤성. 흑모와 백모의 물리적 화학적 특성과 팽윤성 비교.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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