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음식과 약의 근원은 서로 같다’라는 말인데요. 그래서 우리는 밥이 보약이란 말을 쓰고 있습니다. 도라지는 나물로 밥상에 올라와서 입맛을 돋우고, 청으로 만들어 먹거나 차로 마시는데요. 약(藥)으로 사용할 때는 길경(桔梗)이라는 말로 다르게 부릅니다. 약으로 사용할 때와 음식으로 사용할 때 주의해서 쓰라는 조상의 지혜가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지난번 칼럼에서는 머리카락에 좋은 음식을 서양에서 추천하는 음식으로 살펴보았는데요. 이번에는 동양에서 머리카락에 좋은 음식으로 추천하는 음식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머리카락이 검은 이유’에서 모발은 신장(腎臟)과 관련이 깊다고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래서 신장에 좋은 음식들, 그리고 신장의 색깔인 검은색을 띄고 있는 ‘블랙푸드’들이 대표적으로 모발에 좋은 음식들입니다.
검은색의 식품으로는 하수오, 검은콩, 검은깨 등이 있습니다. 다양한 색깔의 콩과 깨 중에서 검은콩, 검은깨가 좋은 이유는 신장에 해당하는 색깔이 검은색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피망 중에서도 노란색 피망이 다른 피망들보다 비타민 C 함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색깔이 다르면 성분이 다르다는 것을 우리 선조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거죠.
『동의보감』 ‘모발(毛髮)’ 편에는 머리카락에 좋은 18가지 음식이 소개되어 있는데요. 이 중에서 주변에서 구하기 쉽고 먹기 좋은 음식들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1. 하수오(何首烏)
모발에 좋은 음식을 이야기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하수오입니다. 하수오는 ‘까마귀의 검은 머리’란 뜻으로 까마귀의 털 색깔처럼 머리가 검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수오(何首烏)’란 이름의 유래는 하씨(何氏) 성을 가진 사람이 하수오를 먹고 머리카락이 검어지면서 건강해진 것에서 유래되었습니다. 하수오의 효능을 설명하는 ‘약성가(藥性歌)’에서는, ‘하수오는 맛이 달고, 수태(受胎)에 좋으며, 정(精)을 보태고 두발을 검게 하며 안색을 광택 나고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것(何首烏甘宜種子, 添精黑髮顔光美)’으로 효능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수오는 머리카락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얼굴 피부 미용에도 좋고, 임신에도 좋은 음식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모발을 신장에 속하며, 혈액이 왕성하면 머리카락이 윤택하고, 혈액이 부족하면 머리카락이 쇠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인체의 장부인 신장과 혈액이 모발의 건강과 탈모에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혈액에 좋은 음식은 모발과 임신에 좋은 식품이 됩니다. 임신 중에 일시적인 탈모가 생기는 이유가 바로 이런 까닭입니다.
『동의보감』의 설명에 의하면 하수오는 오래 먹으면 머리카락과 수염을 검게 하고 정수를 보하며, 수명을 늘리고 늙지 않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는데요. 파ㆍ마늘ㆍ무ㆍ비늘 없는 물고기와 함께 먹는 것을 피하며, 쇠그릇에 닿지 않게 조심해야 된다고 합니다. ‘한약과 무를 같이 먹으면 머리가 하얗게 휜다’라는 속설이 생긴 이유가 이 때문인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2. 호두(胡桃)
호두는 머리카락에 좋은 음식으로 서양 편에서도 소개가 되었는데요. 『동의보감』에서는 먹는 것뿐만 아니라 머리카락에 직접 마르는 것도 효과가 좋은 것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호두살의 기름을 짜서, 머리카락과 수염에 바르면 검고 윤기가 있으면서 광택이 난다고 합니다.
3. 검은 오디(黑桑椹)
검은 오디는 ‘블랙 멀베리(Black Mulberry)’라고 하는데요. 뽕나무 열매입니다. 검은 오디에는 흰 머리카락을 검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그냥 먹어도 좋고 술을 빚어 먹는 것도 좋다고 합니다. 먹는 것 뿐만 아니라 흰 머리카락과 수염에 바르면 옻처럼 검어진다고 합니다. 오디는 6월이 수확시기인데요. 이때를 잘 맞춰서 술이나 청으로 만들어 놓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4. 검은 참깨(胡麻)
검은 참깨는 호마(胡麻)라고 하는데요. 검은 참깨는 머리카락에도 좋은 음식이지만 탈모에도 효과가 좋은 음식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먹는 것뿐만 아니라 바르는 것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요. 생것으로 기름을 짜서 머리에 바르면 대머리에도 머리가 난다고 합니다. 또한 검은깨를 구증구포하여 가루를 내고 대추 살로 만든 고(膏)로 반죽해서 환을 만들어 먹으면 흰 머리가 다시 검어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참깨의 잎을 달여서 머리를 감으면 머리가 자라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동의보감』에는 모발의 건강하게 하는 방법들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모발의 건강을 위해서는 하루에 한 번은 빗는 게(一日一次梳) 좋다고 하는데요. 머리카락을 자주 빗으면 눈이 밝아지고 풍(風)을 없앤다고 합니다. 그래서 도가(道家)에서는 늘 새벽에 빗질을 120번씩 하였다고 합니다. 머리카락을 자주 빗는 것이 모발의 건강뿐만 아니라 질병을 예방하는 데도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입에도 좋고 몸에도 좋은 음식으로 모발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면 ‘일거양득(一擧兩得)’의 효과입니다. 간식거리로 호두나 오디를 먹거나, 풍미를 더하기 위해서 검은 참깨를 뿌린 반찬을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마음(Sound body, Sound mind)’이란 말처럼 건강한 음식으로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살찌는 날들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헤어 칼럼니스트
심상희 박사
<참고 자료>
『동의보감』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탈모 예방에 좋은 음식 10가지. www.korea.kr.
블랙 멀베리(Black Mulberry).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83906&cid=40942&categoryId=32108.
프랜시스 케이스.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세계 음식 재료 1001 블랙 멀베리.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11219&cid=48180&categoryId=482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