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희 칼럼] 제 15화, 머리카락은 기부다
[심상희 칼럼] 제 15화, 머리카락은 기부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3.02.26 2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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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하면 제일 먼저 뭐가 떠 오르시나요? 연말의 종소리에 함께 빨간 성금 모금통이나 사랑의 열매를 떠올릴 수도 있고요. 북극곰이나 난민을 위한 모금, 혹은 산불과 같은 재난으로 인한 모금 활동이 생각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머리카락도 기부가 된다는 걸 아시나요? 

개그맨 중에 사물 개그의 달인인 서남용 코미디언이 있습니다. 사물의 특징을 포착해서 개그의 소재로 사용하는 재능을 가진 분입니다. 트레이드 마크처럼 긴 머리를 하고 있는데요. 멋스러움을 위해서 기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성스럽게 기른 머리카락을 기부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서울 동교동에 위치한 (사)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그곳에서 그의 머리카락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서남용씨가 언급한 ‘좋은 곳’은 바로 백혈병 소아암 환아(患兒)를 위한 ‘모발 기부’였다.  기부된 머리카락은 환아들의 가발로 다시 태어난다. 

신문 기사의 일부 내용입니다. (사)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와 가발 회사 ‘하이모’가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가발 지원 사업을 하는 이유는 백혈병 소아암 환아들에게는 치료비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인한 탈모로 환아들은 위축되고 소극적일 수밖에 없게 되는데요. 투병 사실이 알려지면 배척을 당하는 느낌을 주는 이들이 있고, 힘든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필수품으로 ‘가발’이 일상생활에 꼭 필요하다고 합니다.

신문 기사에는 가발 지원 사업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지난 12년간 모발 기부 캠페인을 실시해 왔습니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모발 기부를 통해 총 345명의 소아암 어린이에게 무상으로 가발이 지원되었습니다. (중략) 

모발 기증을 위해서는 기증할 머리카락은 25cm 이상, 약품처리(파마, 염색, 매직 등)를 하지 않은 ‘자연 모발’이어야 합니다. 약품 처리된 모발은 가발을 만들 때 열처리 과정에서 다 녹아버리기 때문입니다. 

머리카락을 기부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 달에 평균 1cm가 자란다고 하면, 2년 이상 길러야 합니다. 2년 이상 퍼머와 염색을 할 수도 없고 아름다움을 포기해야 합니다. 모발 기부는 한순간에 이루어지지만, 기부를 위해서 인고(忍苦)의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웬만한 결심이 아니면 하기 힘든 기부인 거죠. 

이 캠페인은 2019년 4월 20일 자로 중단되었는데요. 13년간 총 25,785분께서 기부에 동참해 주셨다고 합니다. 그동안 모발을 기부한 고마운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한 인사를 전합니다. 

좋은 취지의 캠페인이 중단된다는 소식에 향후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는데요.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서는 모발 기부를 받지는 않지만, 소아암 환아에게 필요한 가발 제작 비용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소아암 어린이를 위한 가발 제작 비용 지원을 모금 형태로 유지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하이모에서는 모발을 기부받는 대신에 다른 이름으로 좋은 일을 지속해 주고 있습니다. 하이모에서는 무료가발 지원캠페인 ‘러브 헤어(Love Hair)’로 백혈병, 소아암으로 투병 중인 만 18세 이하의 대상자를 매월 선정해서 무료로 가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이모는 이익의 사회 환원의 일환으로 백혈병, 소아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아들에게 무료로 가발을 시술·제공하여 환아들이 정서·심리적 안정을 되찾아 치료 의지를 북돋을 수 있도록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한 지원 사업입니다.” 

러브헤어(Love Hair)에 관한 하이모의 설명입니다. 기업의 이익을 사회로 환원하는 내용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줍니다. 하이모에서는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새생명지원센터, 긴급헌혈봉사단,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등의 추천을 통해 소아암 환아들에게 무료 가발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수혜자 선정기준에 대해서는 ‘하이모’ 홈페이지를 방문하시면 자세한 안내를 보실 수 있습니다.

모발 기부의 선한 프로젝트가 끝이 나서 아쉽다고 생각했는데요. 다른 곳에서 모발 기부가 계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곳은 ‘어머나’라는 단체입니다. 

‘어머나’란 ‘어린 암 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의 줄임말입니다. 25cm 이상의 머리카락 30가닥 이상을 기부받는다고 합니다. 퍼머와 염색을 하지 않은 머리카락이 좋지만 재가공해서 최대한 사용하기 때문에 퍼머와 염색을 해도 기부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어머나’ 홈페이지를 참조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머리카락은 스타일링에만 사용되는 알았는데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기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 몸에서 모발 이외에도 기부하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헌혈입니다. 혈액과 머리카락은 기부에 사용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발자혈지여(髮子血之餘)’, 모발은 혈액의 여분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인데요. 혈액도 기부가 되고, 혈액으로 만들어진 머리카락도 기부가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인 것 같습니다.

모발의 또 다른 이름은 기부입니다. 

 

헤어 칼럼니스트

심상희 

 

<참고 자료>

개그맨 서남용씨의 머리카락은 어디로 갔을까? http://www.wolyo.co.kr/news/articleView.html?idxno=37853

(사)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https://soaam.or.kr/donation/hair.php

하이모(Hi-Mo). http://www.himo.co.kr/board.php?bbs_id=donation_state

어머나운동본부. http://www.givehai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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