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희 칼럼] 제 18화, 가체에 대한 오해를 풀다.
[심상희 칼럼] 제 18화, 가체에 대한 오해를 풀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3.04.02 2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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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체(加髢)’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더할 가(加)에 모발을 의미하는 체(髢)로 머리 위에 덧대어 헤어스타일을 연출하는 것을 말합니다. 고전 드라마나 영화에서 왕비나 후궁의 아름답게 장식된 머리 스타일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가체는 별도의 머리카락이나 비녀와 같은 여러 가지 장신구를 덧붙여 얹어 아름답게 꾸민 머리 모양을 뜻하거나, 또는 이런 헤어스타일을 만드는 데 사용된 물품들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많은 만큼 체(髢), 수체(首髢), 체발(髢髮), 월자(月子), 다리, 다래 등으로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예술미가 뛰어난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전통 공예인 거죠.

그런데 가체에 관한 이야기는 대부분 내용들은 부정적인 면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가체를 마련할 돈이 없어서 시집을 못 가는 경우가 있었다거나 혹은 결혼식 날 시아버지에게 인사를 하려고 일어나다가 가체 무게를 못 이기고 넘어져서 목이 부러졌다거나 또는 가체의 가격이 집 한 채 값이 나갈 만큼 비싼 사치의 대명사로 이야기를 합니다. 한 마디로 없어져야 할 사회적인 폐단으로 바라봅니다. 

무엇보다도 미용인으로 안타까운 것은 전통 유산에 해당하는 가체를 중국 유래로 본다는 것입니다. ‘가체’라는 단어는 중국에서는 전혀 사용되지 않는 단어로, 우리나라 조선 정조 시대에 등장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가체의 유래를 생각해 보면 단군 시대와 관련이 있는데도 말이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건 과거부터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은 삶의 본능입니다. 현대적인 퍼머와 염색 방법이 없던 시절에 그리고 짧은 머리를 할 수 없었던 왕조시대에 여성들의 아름다운 헤어스타일에 대한 관심의 결정체가 바로 가체인 것입니다. 긴 머리를 바탕으로 꾸밀 수 있는 최고의 방법으로 가체만 한 게 없었던 거죠.

가체머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신구들이 사용됩니다. 가체머리에는 비녀, 족두리, 떨잠, 뒤꽂이 등 다양한 종류의 수많은 장신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단순히 재료만 있다고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양한 장신구들을 예술성 있게 머리 위에 꾸미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합니다. 어찌 보면 가체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융·복합적인 미용, 염색, 공예, 미용 전문인의 손길을 거쳐야 비로소 만들어지는 복잡한 전문영역인 것입니다.  

그런데 왜 가체는 부정적인 역기능이 강조되었을까요? 물론 어전회의(御前會議)에 논의된 주제였던 것을 보면 가체의 역기능이 없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문제가 되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면, 영조는 가체를 금지시킵니다. 그런데요. 정순왕후 가례도감의궤에서 보면, 정순왕후(貞純王后) 김씨를 계비로 맞이하는 혼례식에서 가체를 만들도록 어명을 내립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금지시키야 했던 가체라면, 모든 이의 모범이 되는 왕이, 손수 혼례에 가체를 사용하는 모순적인 행동을 했을 리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가체를 파는 상점인 체괄전(髢髺廛)이 광화문과 청계천 사이에 있었습니다. 

그동안 가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된 이유는 다양한 원인들이 있을 것입니다. 여러 가지 원인 중에서 한 가지는 가체를 만들고 사용하는 전문가인 미용인의 입장에서 가체를 바라보고 논의하는 관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라에서 국방과 관련된 일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자리에 군인은 부르지 않고, 예술인에게 자문하고 결정한다면 그 정책이 올바르게 세워질 수 있을까요? 미용 분야의 정책을 결정하는데, 전문적으로 가체를 만들고 사용하는 미용인의 의견은 반영할 수 있는 당시 전문 미용인인 수모(首母)의 견해는 반영하지 않고, 국방이나 외교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모여서 정책을 수립했습니다. 과연 올바른 제도가 마련될 수 있었을까요?

중국은 동북공정(東北工程)이란 명칭 아래 중국의 동북쪽 변경지역의 역사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강강술래, 김치, 한복이 중국의 문화와 전통이라고 주장하는 것들이 모두 이러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융·복합적인 전통 공예 예술인 가체의 기원을 중국으로 바라보는 일부 학자들의 견해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인 가체의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먼저, 가체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부터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체는 아름다운 예술성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탈모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가발로 사용되는 기능적인 역할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가체의 위상 자리잡히기를 미용인으로서 기대해봅니다. 

 

헤어 칼럼니스트 

심상희 

 

<참고 자료> 

영조실록(英祖實錄)

정조실록(正祖實錄)

가체. http://encykorea.aks.ac.kr/Contents/SearchNavi?keyword=%EA%B0%80%EC%B2%B4%20%EC%9E%A5%EC%8B%A0%EA%B5%AC&ridx=0&tot=

가체. https://folkency.nfm.go.kr/kr/topic/detail/6830

가체. http://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00380

떨잠.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44914&cid=46671&categoryId=46671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의궤. https://www.museum.go.kr/uigwe/banchado/banchaView?id=uig_204htt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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