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희 칼럼] 제 17화, 직모(直毛)와 곱슬머리
[심상희 칼럼] 제 17화, 직모(直毛)와 곱슬머리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3.03.17 1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러분의 머리카락은 직모, 반곱슬머리, 곱슬머리 중 어떤 종류에 해당하시나요? 

지금까지도 우리들의 머리카락이 왜 직모, 반곱슬, 곱슬머리가 되는지 명확하게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지 ‘유전적인 이유와 호르몬의 영향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다’는 합리적인 추측들만이 있습니다. 사람 두피에는 머리카락이 자라는 공간이 되는 모낭이 8만~12만 개 정도가 있는데요. 출생 후에는 새롭게 모낭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출생 전에 모낭의 형성이 결정되기 때문에 직모와 곱슬머리의 차이를 유전적인 이유로 보기도 합니다. 

직모와 곱슬머리의 형태는 크게 유전적인 이유, 호르몬, 그리고 모낭의 형태로 설명합니다. 

먼저, 유전적인 입장에서는 특정 유전인자가 없는 경우 곱슬머리가 되는 경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즉, 특정 유전인자가 있으면 직모가 되고, 유전인자가 없으면 곱슬머리가 된다는 거죠. 그런데 곱슬머리가 우성형질, 직모가 열성형질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진화적인 입장에서는 곱슬머리가 대세라는 의미입니다. 어떤 이유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인류는 진화하면서 머리카락의 경우에는 곱슬머리가 되는 것이 유리하다는 선택을 했다는 의미입니다, 

 

다음으로 호르몬의 영향으로 머리카락이 직모가 되기도 하고 곱슬머리가 되기도 한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춘기 전에는 직모였다가 사춘기 이후에 곱슬머리 머리카락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어린 시절에는 곱슬머리였는데, 사춘기가 지나서는 직모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호르몬의 변화에 따라 머리카락이 직모가 되기도 하고 곱슬머리가 되기도 한다는 견해입니다. 

마지막으로 머리카락이 자라는 모낭의 모양에 따라서 머리카락이 직모가 되기도 하고 곱슬머리가 되기도 한다는 관점입니다. 모낭에서 자란 머리카락이 두피를 통해 나오는 과정이 직선에 가까우면 직모, 굽어지는 과정을 통해서 자라게 되면 곱슬머리가 된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이처럼 직모와 곱슬머리의 원인은 지금까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수많은 연구자가 머리카락을 비교 분석해 결과 머리털의 단면이 타원형일수록 곱슬머리가 된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는 머리카락의 단면이 둥근 원에 가까울수록 직모가 되고, 타원형으로 단면의 폭이 좁으면 좁을수록 곱슬머리가 되는 것이죠.

그런데, 인종에 따라서 곱슬머리 비율이 다르게 나타나는 걸 알고 계신가요?

황인종보다는 백인종이 곱슬머리 비율이 높고 백인종보다는 흑인종이 곱슬머리 비율이 높습니다. 이 말은 직모 혹은 곱슬머리가 좋고 나쁜 것이 아니라 머리카락 형태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것은 생활환경에 적응하는 생존전략이라는 말이 됩니다. 

곱슬머리는 무더운 열대 지역에서 직모보다 효과적으로 체온상승을 막아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곱슬머리는 직모보다 일차적으로 강하게 내리쬐는 햇볕을 차단하고 체열을 빨리 공기 중으로 내보내는 데 효과적입니다. 왜냐하면 곱슬머리는 머리카락과 머리카락 사이의 공기층을 형성하기 때문에, 단열재의 구실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머리카락과 머리카락 사이에 틈이 있어서 공기가 잘 통할 수 있고, 효과적으로 땀을 증발시켜서 두피를 빨리 냉각시키게 됩니다. 

이런 면에서 직모와 곱슬머리는 환경에 따른 인간의 적응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유전적인 관점에서 곱슬머리를 만드는 유전자가 우성형질이라고 합니다. 우성인자와 열성인자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우성형질인 곱슬머리가 진화적인 관점에서는 더 우월한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거죠.

미용 관련 기술이 발전한 지금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간편하게 퍼머로 머리카락을 직모처럼 만들 수도 있고 고객이 원하는 만큼의 웨이브를 주어서 곱슬머리를 할 수 있습니다. 곱슬머리가 우성형질로 밝혀진 상황에서 머리카락이 곱슬머리이면 성격이 고집스럽다는 말은 낭설이 되었습니다. 이 말은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비난하고 흠집을 찾아내고 싶은 마음에서 생긴 말인 것이죠. 현대는 원하는 헤어 스타일을 전문가에게 맡기면 되는 편리한 세상입니다. 머리카락의 역할도 기능보다는 멋을 위한 머리카락으로 의미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헤어 칼럼니스트

심상희 

 

<참고자료>

납작하고 비틀린 흑인들의 헤어 구조. https://www.bnbmag.com/납작하고-비틀린-흑인들의-헤어-구조/

곱슬머리의 비밀 풀렸다. https://www.google.co.kr/am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4/06/26/2004062670086.html%3foutputType=amp.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