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희 칼럼] 제 14화, 머리카락의 또 다른 이름 모발
[심상희 칼럼] 제 14화, 머리카락의 또 다른 이름 모발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3.02.01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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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머리카락의 또 다른 이름 모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님의 “꽃”이란 시의 한 구절입니다. 

머리카락은 머리, 혹은 머리칼이라고 하는데요. 오늘은 머리카락을 ‘모발(毛髮)’로 그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말’이란 단어를 들었다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대화에 쓰이는 언어인 ‘말(言)’로 들리시나요? 아니면 승마할 때 타는 ‘말(馬)’로 들리시나요? 

만약 글을 쓰는 작가나 대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언어(言語)를 의미하는 ‘말’로 들리겠지만, 경마장(競馬場)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타고 달리는 ‘말(馬)’로 들리게 됩니다. 내 마음속 깊은 곳, 의미 있는 대상으로 들리는 게 우리의 생활방식입니다. 학창 시절에는 이런 경우 긴소리와 짧은소리로 구별한다고 배웁니다. 그렇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이런 부분까지 신경 쓰고 말을 하지도 듣지도 않죠. 

이번에는 ‘발’하면 어떤 것이 연상되시나요?

사람의 다리에 있는 신발 할 때 쓰는 ‘발(足)’이 떠 오르시나요? 아니면 짜장면집에 걸려있는 가리개 역할을 하는 ‘발(葭簾)’이 생각나시나요? 그런데요. ‘발’에는 머리카락을 의미하는 단어 ‘발(髮)’도 있는 것 아시나요? 

미용인이 아니라면 ‘발’이라고 한 글자를 들을 때 생각하기 어려운 단어입니다. 그런데 ‘모발(毛髮)’이라고 들었다면, 누구나 모두 ‘머리카락’을 생각하게 됩니다. 

이처럼 한 글자로 말하는 경우에는 앞뒤 상황이 없다면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문맥과 상황이 없다면 외 글자로 표현된 말은 혼동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다리가 되기도 하고, 무엇을 가리는 데 쓰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머리카락을 가리킬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런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말에는 2글자로 단어를 만들어 냅니다. 동일한 의미의 단어를 연달아 붙여서 2글자 단어를 만들기도 하고, ‘큰 범위+작은 범위’를 붙여서 2글자 단어를 만들어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대화할 때 쓰는 ‘말’은 ‘말씀 언(言)’과 ‘말씀 어(語)’로 같은 의미의 단어들이 합해서 ‘언어’라고 합니다. 이런 경우로는 ‘황홀(恍惚)’이란 단어도 있습니다.  

‘큰 범위+작은 범위’로 만들어진 단어에는 바로 ‘모발(毛髮)’이 있습니다. ‘모(毛)’는 큰 개념으로 우리 몸에 있는 모든 털을 하는데요. ‘발(髮)’은 그런 ‘모(毛)’ 중에서 둥근 머리 위에 자라는 털을 의미합니다. 

미용인으로 30년 정도 활동을 하면서 ‘헤어(Hair)’라는 말을 아무 생각 없이 써 왔습니다. 어느 날 문득 이 단어를 우리말로 옮긴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미용 관련 전공 책에서 ‘헤어(Hair)’를 ‘머리’로 번역된 것을 보고, 번역된 그 머리가 ‘머리(首, head)’인지, ‘머리카락(髮, Hair)’인지 알 수가 없어서 난감했기 때문입니다.  

국가직 무능력표준(NCS) 제도가 생기면서 미용 관련 교과서들에 많은 개편이 있었는데요. 이런 문제점들이 미용에 처음 입문하는 교과서에서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전문용어가 정립되어 있지 않으면 관련 분야 종사자들이 의사소통하는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누구는 ‘아’라고 하는데 누군가는 ‘어’라고 들을 수 있거든요.

‘Hair’를 우리나라 말로 옮긴다면 ‘머리’가 아니라 ‘머리카락’ 혹은 ‘모발(毛髮)’이라고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Hair’를 번역할 때 ‘모발’ 또는 ‘머리카락’으로 통일해서 사용한다면 외국 문헌을 번역해 놓은 교재들을 접할 때 혼란을 방지할 수도 있고, 미용인 사이의 대화에서도 정확하게 정보 전달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머리카락을 ‘모발’이라고 쓰면 좋을 것 같은 이유는 우리 몸 전체에는 털이 자라는데요. 그중에서 머리에 자라는 털을 ‘6가지’로 구별하면, 머리카락이 ‘발(髮)’인 이유도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얼굴에 있는 6가지 털의 이름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김춘수는 시의 말미에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모발은 우리들의 삶에 여러 의미로 다가옵니다. 때로는 일상의 부분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리 삶의 전부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 모발에게 의미 있는 행동으로 ‘쓰담쓰담’을 한번 해보게 되는 날입니다. 

‘헤어 칼럼니스트’가 아닌 ‘심상희 모발 칼럼니스트’ 였습니다.

 

헤어 칼럼니스트

심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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