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희 칼럼] 제 23화, 영조의 탈모와 회춘
[심상희 칼럼] 제 23화, 영조의 탈모와 회춘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3.06.30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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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21대 왕 영조(英祖)하면 무엇이 생각나시나요?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죽게 만든 일화가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다루어진 소재이기 때문에, 영조하면 사도세자가 생각이 날 수도 있는데요. 영조는 조선 역대 왕들 중 가장 최장기 집권을 한 왕입니다. 그리고 청계천을 정리해서 오늘날의 청계천의 물길과 모습을 마련한 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요. 머리카락과 관련해서도 특이한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남아있습니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 후기의 부흥을 이끈 왕인 영조는 노년에 탈모가 되었던 자리에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고 빠진 치아가 새롭게 다시 자라는 회춘을 경험합니다.

어떻게 검은 머리와 치아가 다시 자라는 회춘(回春)을 경험했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영조는 그 요인을 이중탕(理中湯)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영조는 64세에 이중탕을 먹으면서 지병이 좋아지게 됩니다. 병으로 고생이 심했는지, 병세가 호전되자 기쁜 마음에 탕약에 ‘이중건공탕(理中建功湯)’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줍니다.

환후(患候)가 조금 나아지자 임금이 말씀하셨다.

“병이 좋아진 것은 이중탕(理中湯)의 덕분(功)이다. 이중탕의 이름을 ‘이중건공탕(理中建功湯)’이라고 명명하도다.”

영조 34년 12월 21일 계유년의 기사입니다. 이중탕은 배가 그득하면서 토하고 음식이 내려가지 않으며 설사가 더욱 심해지고 때로 배가 저절로 아픈 병에 주로 사용하는 탕제인데요. 영조가 이중탕을 먹은 기록은 영조 28년 11월 7일에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훗날 이중건공탕으로 이름을 붙일 만큼 좋아하는 탕약이 됩니다. 영조 52년 3월 3일의 기록까지 건공탕을 먹은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기록상으로는 약 23년 꾸준히 ‘이중건공탕’을 복용한 거죠.

그런데요. 건공탕을 먹기 시작하면서 영조는 건강을 많이 회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놀라운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 변화는 놀랍게도 다시 젊어지는 회춘(回春) 경험하게 됩니다. 탈모로 고민하던 머리에는 검은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고 빠진 이빨도 다시 자라게 됩니다.

1766년 영조 42년 73세 나이에 검은 머리가 다시 자라기 시작합니다.

임금이 말하기를 “옛사람의 말에 ‘누런 머리에 아이의 이빨[黃髮兒齒]’이라고 하였는데, 나는 검은 머리가 다시 나서 이제 두어 치(寸) 가량이 되었다.”

‘치’는 한 자의 10분의 1로 약 3.03cm에 해당합니다. 그러니까 약 6cm 정도 머리카락이 다시 자란 거죠. 그런데 놀라운 건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는데 그치지 않고 빠진 이가 다시 자리기까지 합니다.

임금의 빠진 이가 새로 났다. 입시한 대신들에게 보게 하고 말하기를, "누런 머리에 다시 새 이가 난다는 말은 옛말에서나 들었는데 이것 역시 보통과 다른 일이다." 하였다.

영조 50년 80세였던 11월 25일의 『영조실록(英祖實錄)』의 내용입니다.

놀랍지 않으세요. 탈모로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희소식 같은 내용인데요. 이렇게 검은 머리카락이 자라고 이빨이 다시 자라는 이유를 영조는 ‘이중건공탕’의 효험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영조가 탕약의 이름을 이중탕에서 ‘이중건공탕’이라 붙인 것만 보더라고 얼마나 효과가 좋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중탕의 재료는 인삼, 백출, 건강(말린 생강), 구운 감초입니다. 특별한 약재가 들어간 것이 아닌데 꾸준히 복용한 결과 영조는 검은 머리가 자라고 이빨이 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모든 걸 이중탕을 꾸준히 복용한 결과라고 생각한 걸 보면 다른 탕약들의 효과 보다 특별히 효과가 더 좋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시간에 지남에 따라 점차 이중탕에 인삼의 양을 늘려서 복용한 내용이 남아있는데요. 당시 귀한 인삼을 너무 많은 것이 미안했는지, 이 내용을 영조가 본인 스스로 언급하기도 합니다.

인삼, 백출, 생강, 감초는 독성도 없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이자 식품들인데요. 굳이 탈모와 머리카락 때문이 아니더라고 인삼이 들어간 삼계탕이나 생강차나 보양식을 먹어 보는 건 어떨까요? 몸에도 좋고 머리카락에도 좋은 일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헤어 칼럼니스트

심상희

  

<참고자료>

동의보감(東醫寶鑑). https://mediclassics.kr/books/8/volume/10#content_1012

의종손익(醫宗損益). https://mediclassics.kr/books/59/volume/8#content_79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https://sillok.history.go.kr/search/searchResultList.do

고대원. 조선왕조 건강실록. 트로이목마.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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