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희 칼럼] 제 32화, 머리에 자라는 여섯가지 털
[심상희 칼럼] 제 32화, 머리에 자라는 여섯가지 털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4.01.17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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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에는 다양한 부위에서 털이 자랍니다. 머리카락도 털 중의 하나인데요. 다른 털보다도 우리 일상생활에 영향을 많이 주기 때문에 털 이외에 별도로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머리카락의 다른 이름은 ‘발’입니다. 발이라고 하니까 생소할 수 있는데요. 모발이라고 하면 ‘아! 모발(毛髮)’이라고 연상이 되실 건데요. 바로 그 모발의 ‘발’이 머리카락을 의미하는 단어 ‘발’입니다.

오래전부터 우리 몸의 수많은 털 중에서도 특히  얼굴에 나는 털이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몸의 털은 특별한 이름 없이 그저 털 혹은 모(毛)라고 뭉뚱그려서 부릅니다. 하지만, 유독 머리에 자라는 털은 별도로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닌 무려 여섯 개입니다.

여섯 가지의 이름은 머리카락, 눈썹, 콧수염, 턱수염, 구레나룻, 살쩍 혹은 귀밑머리입니다. 이마 위로 자라는 것은 발(髮: 머리털), 귀 옆에 자라는 것은 빈(鬢: 귀밑털 또는 살쩍), 눈 위에 자라는 것은 미(眉: 눈썹), 입술 위에 자라는 것은 자(髭: 콧수염), 턱 아래에 자라는 것은 수(鬚: 턱수염), 양쪽 턱선을 따라 자라는 것을 염(髯: 구레나룻)이라고 합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이 내용에 관해서 언어유희를 가지고 재미있게 풀어서 설명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먼저 머리카락(髮)을 ‘발’이라고 하는 이유는 ‘뽑는다[拔]’는 뜻으로 머리카락은 두피 위로 뽑아 올려져 나왔다는 것을 뜻합니다. 눈썹은 ‘아름답다(媚)’는 뜻으로 나방의 눈썹 같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서 미(眉)라고 합니다. 턱수염은 ‘이삭이 패다(秀)’라는 뜻입니다. 곡식이 성숙하면 이삭이 나오듯이 사람은 성숙하면 턱수염이 생긴다고 해서 수(鬚)라고 합니다. 구레나룻(髥)는 입을 따라 느릿느릿(髥髥) 움직인다는 의미에서 염(髥)이라고 합니다. ‘염염(髥髥)’은 느릿느릿 움직임을 표현하는 의태어입니다. 콧수염은 ‘자태(姿)’로 자태가 아름답기 때문에 자(髭)라고 합니다.

이 글자들은 모두 털의 의미하는 ‘髟’자 모양의 글자를 윗부분에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 다 어떤 공통적인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머리에 자란다는 위치적인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머리카락은 발(髮)이라고 합니다. 발은 머리털이 길게 늘어진 모양 ‘髟’과 패(拔)로 무성하고 우거진다는 의미를 지닌 발(犮)이 합쳐져서 구성된 단어로 아래의 부분이 글자의 소리를 담당합니다. 긴 머리가 휘날리는 것이 보기에 좋다는 말인데요. 건강해야 길고 윤기 있는 머리카락을 유지할 수 있듯이, 머리카락이 건강한 것은 보기에도 좋고 우리 몸이 건강하다는 의미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머리카락에 해당하는 단어 발(髮)은 근(根)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이 근(根)은 뿌리가 있다는 뜻인데요. 뿌리를 가진 풀이나 나무가 풍성히 자라듯이 머리카락도 풍성히 쑥쑥 잘 자라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나무뿌리가 튼실해서 오랫동안 잘 자랄 수 있듯이 머리카락도 뿌리가 튼튼해야 잘 자란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뿌리가 튼튼해야 나무가 잘 자라고 열매를 맺는 것처럼, 머리카락도 뿌리가 튼튼해야 탄력 있고 알맞은 굵기의 머리카락이 잘 자라게 됩니다. 염색할 때 모낭 근처의 새로 난 머리카락 부위만 염색하는 것을 뿌리염색이라는 말을 쓰는 것도 이런 의미를 담아서 파생된 어휘인 것이죠.

발이라는 단어가 머리카락을 의미한다는 것을 확인했는데요. 그런데 왜 우리는 머리카락을 모발이라고 할까요? 두 글자보다는 한 글자가 더 편한데도 말이죠.

요즘 시대에 가성비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데요. 이 말은 ‘가격 대비 성능비’를 줄임말입니다. 지급한 가격에 비해 얼마나 성능(만족감)이 높은지를 의미하는 단어로 대략 2018년 전후 등장한 신조어입니다.

가성비를 생각하면 당연히 한 단어가 두 단어보다 더 가성비가 좋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두 단어로 쓰는 것은 언어적인 효율성 때문입니다. 

한 글자 발이라고 하면. 머리카락을 의미하는지 혹은 손과 발을 말할 때 말을 의미하는지 한 번 더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최소 단위의 글자 두 단어로 표현을 해서 의미의 혼동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두 글자를 가지고 단어를 만들 때는 아무 규칙 없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방식이 모발처럼 동질의 집합관계에서 큰 범위와 작은 범위의 단위를 결합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머리카락의 다른 이름으로는 모발이 최고의 선택인 거죠 이제부터는 발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발(足)’이 아닌 발(髮) 먼저 생각나실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미용인이 확실합니다. 

 

헤어 칼럼니스트 심상희 박사 

 

<참고 자료>

경제 신조어 베스트 10. https://prenoblic.tistory.com/30

설문해자(說文解字)

이시진, 본초강목(本草綱目)

허준 동의보감(東醫寶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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