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희 칼럼] 제 28화, 미인의 조건 머리카락
[심상희 칼럼] 제 28화, 미인의 조건 머리카락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3.10.17 2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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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美人)이란 ‘아름답다, 좋다라는 뜻의 미(美)’와 ‘사람 인(人)’으로, 말 그대로 아름답고 좋은 사람을 의미합니다. 시대와 나라에 따라 미인의 기준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우리가 흔히 상황이나 여러 가지가 골고루 갖추어졌을 때, 구색(具色)을 갖췄다고 말하는데요. 동양에서는 미인이 갖추어야 할 조건을 구색(九色)을 통해 구색(具色)을 갖추도록 말을 하고 있습니다.

구색, 아홉 가지 색깔은 삼백(三白) 삼흑(三黑), 삼홍(三紅) 인데요. 세 가지 하얀색, 세 가지 검은색, 세 가지 붉은색을 갖추고 있어야 미인이라는 의미입니다.

먼저, 세 가지 하얀 부분은 손 , 피부, 치아입니다. 백옥같은 피부가 티끌 없이 맑고 하얗다는 뜻인데요. 이런 사람의 모습을 뜻하는 사자성어 빙기옥골(氷肌玉骨)로 있습니다. 어름과 옥처럼 살결이 맑고 깨끗한 미인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다음으로, 세 가지 붉어야 하는 것은 입술, 볼, 손톱입니다. 입술, 볼, 손톱이 붉다는 것은 혈색이 좋고 건강하다는 징표가 됩니다. 예를 들면 손톱에서 붉은빛이 사라지면 임종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삼홍의 내용은 단순히 외모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건강까지 겸비되어야 미인이라는 말하고 있는 거죠.

마지막으로 세 가지 검어야 할 부분은 머리카락, 눈썹(속눈썹), 눈동자입니다. 머리카락과 함께 털의 일종인 눈썹도 검어야 하는데요. 눈썹먹 대(黛), 눈썹먹 면(䰓), 눈썹먹 면()이란 글자들이 있는 걸 보면, 예전에는 눈썹을 검게 하는 화장품으로 먹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머리카락은 단순히 검기만 해서는 안 되었나 봅니다. 머리카락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색깔뿐만 아니라 모양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제시를 하는 사자성어들이 있습니다. 수많은 사자성어로 설명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사이자 동시에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럼, 미인의 머리카락은 어떤 자격을 갖추어 있어야 하는지 그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먼저 오발선빈(烏髮蟬鬢)이란 말이 있습니다. 까마귀처럼 검은 머리카락과 매미 날개처럼 얇은 귀밑머리입니다. ‘살쩍 빈(鬢)’은 관자놀이와 귀 사이에 난 머리털을 뜻하는데요. 영화 ‘왕의 남자'에 보면 여장 한 주인공의 귀 옆으로 날렵하게 머리카락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과거에는 귀 옆에 날렵하게 머리카락이 내려온 게 매력 포인트였던 것 같습니다. 어찌 되었건 머리카락은 검어야 하는데 까마귀 털처럼 윤기 나는 검디 검은색이어야 한답니다. 심청이의 머리카락이 검다 못해 푸른 빛이 돌았다는 말이 이런 표현이었던 거죠.

그리고 운계무환(雲髻霧鬟)이란 말이 있는데요. 머리를 틀어 얹은 모습이 마치 구름 같으며, 쪽진 머리가 안개가 낀 날씨처럼 빈틈없이 정갈하다는 의미입니다. 구름 같은 머리는 가체를 생각하시면 쉽게 이해가 될 수 있는데요. 가체를 올린 머리카락과 쪽진머리가 구름같이 뭉게뭉게 풍성하고 오밀조밀하며 동시에 가볍다는 말입니다. 풍성한데 무겁지 않고, 꼬아놓은 머리카락이 바늘 틈새 없을 만큼 가늘고 세밀한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건데요.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면 비유가 될지 모르겠네요. 아마도 이런 운계무환(雲髻霧鬟)의 헤어 스타일을 하려고, 가체를 선조들이 애용했던 것 같네요. 결국 머리숱이 많고 조밀한 것이 선호되는 머리카락의 모습인 거죠.

이와 비슷한 말로 운빈화안(雲鬢花顔)이란 말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구름 같은 헤어 스타일에 꽃같이 아름다운 얼굴이라는 뜻입니다. 사람이 얼마나 아름다우면 꽃 같다고 할까요? 이보다 더 심한 말에는 운빈화용(雲鬢花容)이란 말도 있습니다. 구름 같은 헤어 스타일에 꽃같이 아름다운 용모란 뜻으로, 얼굴만 꽃같은 것이 아니라, 용모 그러니까 외모 전체가 꽃같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말입니다. 

눈썹과 관련해서는 아미청대(蛾眉靑黛)라는 말이 있는데요. 눈썹 모양은 누에 비슷해야 하며, 색깔은 푸른 빛을 띄는 검은색이야 합니다. 

녹빈홍안도 있는데요. 검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에 붉은 얼굴입니다. 여기서 붉은 얼굴이란 생기있는 얼굴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옥빈홍안(玉鬢紅顔)이란 말도 있는데요. 아름다운 귀밑머리와 붉은 얼굴이라는 뜻으로, 머리카락이 옥처럼 투명하고 깨끗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빙기옥골이란 말처럼, 머리카락을 아름다운 모습이 옥을 보듯이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검은색의 머리카락이 옥같이 청아하고 빛이 나야 한다는데, 본적이 없어서 상상하기도 힘든 머리카락의 모습입니다.

이처럼 미인의 조건 중에서 유독 머리카락과 관련된 사자성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머리카락이 품고 있는 의미가 단순히 눈에 보여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숨겨진 의미가 많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건강한 모발을 가지고 있는 것, 그 자체만으로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런 머리카락을 가진 이가 웃는 모습이라면 얼어붙은 마음도 혹은 불같이 일어난 성난 마음도 풀어지게 하지 않을까요?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감는다는 말이 있는데요. 한 번의 웃음이 천금의 가치가 나간다는 천금일소(千金一笑)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 말은 미인(美人)의 모습을 표현할 때 사용되는 말인데요. 말은 은(銀)이지만 침묵은 금(金)이라는 (Speech is silver, silence is golden) 말처럼 마음을 녹여주는 것은 수많은 말이 아니라 미소처럼 그 모습과 행동에 담긴 그 무엇이 아닐까요?

머리카락과 관련된 수많은 사자성어에 담긴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내 머리카락이 되고, 천금일소를 지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헤어 칼럼니스트 심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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