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희 칼럼] 제 5화, 미용실, 미장원, 그리고 이발소
[심상희 칼럼] 제 5화, 미용실, 미장원, 그리고 이발소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2.08.04 14: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럼, 말 한마디의 가치는 얼마일까요? 18세기 서울의 평균 쌀값은 1섬(약 144kg)에 5냥 정도였다고 합니다.

쌀 20kg의 가격을 4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1냥은 지금 돈으로 6만 8,800원, 1,000냥은 6,880만 원입니다.

말 한마디의 가치가 대략 7천만 원 정도인 셈이죠. 

미용인에게 중요한 말 마디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직업란에 쓰는 직종이나 경영하는 매장의 이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말 마디의 가치가 7천만 원이듯이 우리의 직업을 표현할 때 쓰는 단어와 상호는 그만큼의 가치를 담아서 미용인으로 생활을 해왔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일상적으로는 머리카락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을 ‘미용실(美容室)’, ‘미장원(美粧院)’로 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성의 머리카락과 관련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이발소(理髮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국가직무능력표준(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이하 NCS)에서는 미용은 12번째 항목에서 이·미용 분야로 미용과 관련된 직무를 분류하고 있습니다.

행정적인 관점에서는 ‘미장(美粧)’이 아닌 ‘미용(美容)’을 기본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장원(美粧院)’보다는 ‘미용실(美容室)’로 쓰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요. 여기서 한가기 궁금점이 생깁니다. 입에는 ‘미용실(美容室)’이 익숙하지만, 이발소를 생각해 보면 ‘미용소(美容所)’도 가능한데, 이 단어는 사용되지 않습니다. 

미용실을 표현하는 영어단어에는 ‘beauty shop’, ‘beauty salon’, ‘beauty parlor’, ‘Hair salon’ 등으로 다양한데요.

이발소는 ‘barber shop’ 한 단어를 주로 사용합니다. 미용과 이용에 공통으로 가게, 점포라는 의미의 ‘shop’을 사용하는데, 우리나라는 ‘실(室)’과 ‘소(所)’로 구분해서 쓰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럼 왜 ‘미용실’과 ‘이발소’라고 쓰고, ‘미용소’와 ‘이발실’은 쓰지 않는 걸까요?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그 이유를 엿볼 수 있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2분기 정보수정에 따르면 ‘미용실’의 뜻풀이가 바뀌었습니다. 

2021년 1분기까지 미용실은 “파마, 커트, 화장, 그 밖의 미용술을 실시하여 주로 여성의 용모, 두발, 외모 따위를 단정하고 아름답게 해 주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집”이었습니다.

그런데 2021년 2분기 정보수정으로 미용실의 뜻풀이가 “파마, 커트, 화장, 그 밖의 미용술을 실시하여 용모, 두발, 외모 따위를 단정하고 아름답게 해 주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변경이 되었습니다.

변경 사항은 2가로 ‘주로 여성의’ 단어가 삭제되고, ‘집’이 ‘곳’으로 변경된 것이죠. 정서상으로 ‘집’과 같은 느낌을 담고 있는 공간을 표현할 때 한자어로 ‘실(室)’과 ‘원(院)’을 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이발소의 뜻풀이를 살펴볼까요. 이발소는 “일정한 시설을 갖추고 주로 남자의 머리털을 깎아 다듬어 주는 곳”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곳’은 한자어로 표현할 때 ‘소(所)’로 쓴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미용실의 사회적 개념을 정의하는 뜻풀이가 변경된 것을 보면, 먼 훗날에는 ‘미용실’이 ‘미용소’로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재미난 점은 미용실의 고객층이 변화되었다는 것이죠.

어찌 보면 금남(禁男)의 공간이 미용실이고, 금녀(禁女)의 공간이 이발소였는데, 미용실은 금남의 한계가 사라진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남성들의 미용에 관심이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반증이 됩니다. 

미용실은 이제 남자와 여자의 한계를 벗어나서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반면에 이발소는 여전히 남자의 영역으로 한정된 것과 비교해보면 미용실의 뜻풀이 변화는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미용인들이 이용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국립국어원의 뜻풀이처럼 여성이 빠지면서 남녀 모두 이용하는 곳이 미용실의 서비스 영역으로 확대된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용 기능장으로 이용사의 자격증을 취득할 때만 해도 ‘과연 이 부분이 필요할까?’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선견지명이 있었나 봅니다. 사회 분위기에 따라 미용에 대한 NCS 직무 규정도 언젠가는 바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미용(美容) 기술을 습득하기도 바쁘고 힘든데, 이용(理容)에 대한 숙련 기술까지 익혀야 한다는 점이 부담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 미용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하나의 통과의례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용업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변화했다는 건, 전문 기술인으로 미용인의 생각도 변화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입니다. 미용업 분야의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헤어 칼럼니스트 심상희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